욕실에 들어가 알몸의 상태로 거울을 바라보면 꾸밈없는 나를 직면할 수 있다. 샤워하기 위해 벗고 들어가면 가장 먼저 거울이 보인다.
눈 밑의 검은 그림자와 팔뚝에 어디서 긁혔는지 모르는 상처를 발견한다.
오늘은 왜 피곤한지, 팔은 왜 다쳤는가 생각하며 하루를 돌아보고 몸과 정신의 상태를 체크한다.
이렇게 욕실에서는 온전히 자기 자신에게 집중을 하게 되고 심신을 다스릴 수 있다.
그리고 안정을 취하며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고 이는 상상으로 이어진다.
뜨거운 물을 틀어 몸을 적시면 수증기와 포근한 공기는 몽롱한 분위기로 이끌어간다. 그 몽롱함에서 새로운 세상이 피어오르게 된다.
환상 속 사물들은 자유로운 그 영역 안에서 본연의 역할이 아닌 새로운 외형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살아간다.
나는 그 속에서 생명체 몇 개를 현실로 가져왔다. 그중 '따개비'는 우리가 아는 따개비와 다른 모양을 가지고 있다.
또한 기생하지 않고 원칙에 얽매이지 않으며 자신들의 삶을 지키기 위해 낯선 환경에서 어떻게든 적응한다.
이처럼 아등바등 살아가는 모습이 마치 인간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흡사하다고 생각했다.